수도꼭지를 돌리면 따뜻한 물이 나온다. 샤워할 때의 온도도 기분 탓인지 여느 때보다 뜨겁게 느껴진다. 마닐라 도심부는 40도 전후까지 기온이 상승했다. 외출・이동제한 조치로 “집에서 얌전히” 라는 권고사항을 들을 것도 없이 불요불급의 외출은 할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진 탓에 계절감을 잃어버렸다. 에어컨으로 시원하게 냉방 된 방에서 창밖의 햇빛을 바라볼 때도‘날도 참 맑다’며 남일 얘기하듯 했으나 식품을 사러 밖을 나가면 찌는 듯한 더위가 현실로 다가온다. 땀을 뻘뻘 흘리며 식품을 구매한 봉투를 들고 돌아온다.
일용품이나 요리의 주문은 택배로 가능하지만 배달원은 긴 팔 긴 바지에 마스크를 쓰고 여름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복장을 하고 있다. 불볕더위에 배달원을 볼때마다 힘들어 보이는 것은 괜한 참견일까? 외출제한 속에도 폭염속에도 지금이 ‘성수기’이기 때문인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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